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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22 세5

범상치 않은 인간을 범인으로 과거의 나 자신을 답습하지 않는 것은 꽤나 성가신 일이다. 이 일은 자아살해라고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이상향으로 삼는 자아상에 다가가려면 현재의 자아를 없애야 하니까. 새로운 사회에 입장하면 나는 혼란스러움에 적응하려 애쓴다. 혼란이 잦아들고 집단에 적응하면 이전의 사회와 달라진 것, 여전히 달라지지 않은 것, 앞으로 달라져야 할 것들을 깨닫는다. 적응하는 와중에는 이것을 신경 쓸 겨를 조차 없다. 그만큼 필사적으로 행해야 하니까. 적응에 대한 사고처리 과정이 짧아져 여유가 생긴 후에야 자아의 변화상에 대해 인식한다. 그래서 나는 내가 계속해서 혼란스러움에 빠져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가려진 계급사회에서의 등반과정인 것이다. 인생관의 변혁이 일어나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을 살게 될 가능성도 배제하지는 않.. 2022. 8. 10.
샤워하고, 청소하고, 공부하고, 자고, 다시 일어나야겠지. 도외지, 가정집에 몰래 숨어들어 아이를 빌미로 부모의 수족을 봉인한다. 이윽고 아이의 수족도 봉인한 후 재갈을 물린다. 아이의 손에 칼자루를 밀어넣고 그 위를 나의 손으로 덮는다. 천천히 아이의 손을 양친의 목으로 밀어넣는다. 실성한 아이를 뒤로 한채 유유히 집을 빠져나온다. 그런 싸이코패스의 이야기를 언젠가 한번 써보리라 생각했던 적이 있다. 그게 정유정 작가님의 [종의 기원]이었다. 오묘한 기분에 휩싸인 채 문득 TV에서 봤던 싸이코패스의 이야기를 쓰기 위해 3년간 집 안에 틀어박힌 채 연구까지 감행했던 작가님의 인터뷰가 떠올라 혹시 그 분이 이 분이었나 싶어 잠정적으로 씁쓸한 결론을 내렸다. 그때 나는 왜 저 이야기를 쓰고 싶어했을까? 아마도 부모에 대한 원망의 화신이 글의 형태로 나타난 것이 아닐.. 2022. 8. 10.
반추 "알고 있잖아."  "진실성은 고독에서 찾을 수 있다는 걸. 풍미는 그늘진 오크통 안에서 빚어지는 거라는 걸."  "와인을 마시고 싶으면 기다려."  "그동안 와인에 곁들일 스테이크라도 굽고 있든가." 2022. 5. 15.
적당한 완벽 썩 유쾌한 문장은 아니다만. 살아가는 이유를 건드리는 것은 사람에게 할 수 있는 복수 중 가성비 있는 축에 속한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는, 흔히 작품의 소재로도 많이 쓰이듯, 그가 사랑하는 사람을 망가뜨리는 것이겠지. 어떠한 형태로든. 그러한 관점에서 [올드보이] 이우진의 복수는 과히 최고의 복수였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오대수가 자의로 자멸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도록 일을 설계했고, 이는 그의 복수의 대상이 누가 될 것인지 분명하지 않게 했으며, 그것이 이우진이 될 일말의 가능성마저도 그의 자살로 인해 사라졌기 때문이다. 백조의 발이야기, 그리고 그릇의 이야기. 내장을 갉아먹는 분노가 창자에서부터 들끓을 때 나는 다만 침묵해왔다. 이 정도의 일에 반응하는 내가 쪽팔려서. 내 그릇의 크기가 아직도 .. 2022. 5. 7.
좋은 꿈 꿔. 나는 그대 곁을 지킬테니. [나의 해방일지] 유튜브 쇼츠를 둘러보던 중 [나의 해방일지]를 편집한 영상을 보았다. 거기 댓글에 이런 글이 쓰여 있었다. [나의 해방일지]와 [우리들의 블루스] 둘 다 우리들의 지치고 우울한 현실을 기반으로 해서 참 공감이 많이 간다고. 그런데 [나의 해방일지]는 숨 쉴 구멍이 없다고. [우리들의 블루스]는 현실이 아닌 다른 도피가능한 공간으로 시청자들을 이끌어서 그것보다 더 인기가 있는 것 같다고. 청개구리 심보였을까. 추천한 반대의 것을 봤다.스스로 행동파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 오히려 되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걸 보면 게으름에 더 가까운 본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근데 그 노력은 꽤나 삶에 영향력이 있었던 것 같다. 매 년 새 인연들을 만나게 되는 것을 보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건 꽤 즐거운 일이다. 새.. 2022.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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