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삶의 방향성을 잃어버릴 때가 있다. 나 왜 이렇게 열심히 살려고 하지? 무엇을 얻고자 시작했던 일이었더라? 나는 왜 사는거지? 오전 수업을 마치고 저녁 수업이 시작하기 전에 잠깐 시간이 떴었다. 밀린 글을 좀 써볼까 싶어 노트북을 열었는데 숙취인지 뭔지 무언가 속에서 울렸다. 아, 우울하다 우울해. 무기력하다.
오전 수업에서 그런 질문을 던졌다. 여러분은 무기력할 때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편이세요? 아니면 무기력한 상태에 가만히 본인을 놓아두는 편이세요? 한 분은 일을 열심히 하면서 떨쳐낸다고 하셨고 다른 한 분은 그 감정을 느긋하게 곱씹는 편이라고 하셨다. 이 우울감을 외면하려 들지 말고 제대로 인지하는 게 맞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고 너무 그러고 있으면 이 우울에 끝이 없을 것 같아 빠져나오려 노력해야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오전 수업이 끝나고 총괄지기님과 함께 식사를 하러 갔다. 지난 2주간 서로의 안녕을 물었는데, 아이고. 지기님도 우울한 상태라고 하신다. 표면상으로는 서로 다른 사정이었지만 결국 둘 다 삶의 방향키를 놓친 느낌이었다.
"가나님 어렵다는 말보다 쉽지 않다는 말이 더 좋은거 아세요?"
"네?"
"뭔가가 어렵다고 하면 막 못할 것 같은데, 쉽지 않다고 하면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어. 좀 뒤통수를 맞았다. 사는 게 너무 어려운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표정에서 읽으신 걸까. 객관적인 난이도로만 따지자면 본업이 있고 자는 시간 줄여가시며 부업으로 지금의 사업을 하고 계시는 지기님이 더 어려울텐데 쉽지 않다는 표현을 쓰셨다. 자는 시간 줄이는 건 진짜 쉽지 않은데. 이야, 참.
살아만 있는 건 쉬운데 산다는 건 쉽지 않다. 쉽지 않은데, 그래서 더 열심히 살아보고 싶다.
'너 왜 그렇게 열심히 살려고 아둥바둥인데.'
'열심히 살아보고 싶으니까.'
'왜.'
'그냥, 행위 자체에 의미를 둔다고.'
'만 21 세 > 생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너가 싫다는 것 (0) | 2021.07.31 |
---|---|
오늘은 월요일입니다 (0) | 2021.07.19 |
'좋아해'가 쌓이면 '사랑해'가 된다 (0) | 2021.06.20 |
심연 (0) | 2021.04.28 |
우리가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이 아닐까 (0) | 2021.04.2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