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만 21 세/웅크리기

[가면산장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by 정가나 2021. 7. 9.
728x90

《본문은 소개된 책의 원문 인용이 아닌 패러디임을 미리 밝힙니다》

별장 문을 닫고 밖으로 나왔다. 몰고 온 차의 운전석에 앉아 지나온 길을 살펴봤다. 이리저리 굽어있는 S자 형태의 길.
'그래, 도모미가 의도하지 않고서야 그리 간단히 추락하진 않았겠지.'
시동을 걸고 기름을 확인했다. 천천히 액셀을 밟아 차를 움직였다.
'처음부터 다 의도가 되어있던 연극이었어. 모두 가면을 쓰고 나를 대했던거지. 내가 도모미를 대했던 것처럼. 왜 미처 생각하지 못했을까. 처음 별장에 들어섰을 때 가면을 보고 떠올릴수도 있었을텐데. 가만, 가면? 나올 때 가면은 분명히 없었는데? 언제부터 없었던 거지? 이것도 극중 의도된 부분인가? 그들이 가면으로 의미한 바가 뭐지?'
브레이크를 밟아 차를 갓길에 세웠다.
'극중에 가면이 있었던 것은 그들이 연기중임을 알리는 신호였을 것이다. 극이 끝나고 가면이 사라진 것은 그들의 연기또한 끝났음을 알리는 신호였을 터. 나의 범죄를 입증하기 위해 꾸며진 연극이라면 그것을 굳이 드러내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그들 중에 아직 내 편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아마도, 유키에. 유키에다.'
차를 돌려 다시 별장으로 향했다.
'그래, 모든 일은 사실상 유키에 당신 때문에 시작된 일이었어. 내가 도모미를 죽인 건 당신을 가지고 싶었기 때문이야. 그리고 당신도 나를 원했잖아? 가면이 당신이 한 장치라면 아직 시도해볼만한 가치는 분명히 있어. 어차피 모든 것을 잃은 마당에 내게 남은 일은 이것뿐이야.'
산의 입구까지 내려왔다가 다시 차를 돌려 올라간 탓에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다. 게다가 지금까지의 피로로 졸음도 몰려왔다.
'풋, 졸지에 내가 졸음운전으로 떨어져 죽을 순 없지.'
도모미의 사고 현장을 넘어 보이는 갓길에 차를 세웠다. 1시간만 자둬도 정신이 맑아질 터. 게다가 1시간 정도면 아직 그들이, 유키에가 별장에 남아있을 것이다.

해가 기울어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다. 다카유키의 차 주유칸에는 비상등이 들어와있었다. 차는 온갖 소리를 내어 주인을 깨우고 있었다.
탁. 차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천천히 뒤로 움직였다. 이내 가속이 붙어 도모미가 떨어진 가드레일을 향해 달렸다.

펑. 그것은 도시아키가 샴페인을 따는 소리였을 것이다. 별장 주인을 포함해 그곳에 초대된 7인의 배우들이 저녁 노을을 바라보며 파티를 즐기고 있다. 이리저리 굽은 길, 그 한 쪽 끝에 해가 걸려 유난히 붉게 타올랐다.

728x90

댓글